정녕 우리의 미래는 어둡기만 한 것일까
인간의 무한한 능력을 긍정했던 시대가 있었다. 인간의 사고능력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이를 바탕으로 꿈과도 같은 미래가 펼쳐지리란 것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서양 근대문명을 대표하는 이 두 가지 인류의 발명은 20세기 전반기에 두 번의 대전과 그 사이에 존재했던 대공황으로 크게 흔들리게 되었다. 타이타닉호의 침몰은 이것들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지만, 인류의 무한한 능력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만드는 일례가 되었다.
어쨌든 서양 사람들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와중에도 전쟁의 부산물인 무기와 관련 과학기술의 발달은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 과학기술의 발달은 인류의 힘으로 우주에 물체를 쏘아올리고, 사람을 태우고 달에 발자국을 남기게 되었다. 컴퓨터의 발명은 20세기 후반부터 IT혁명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었다. 즉, 사람들이 원치 않더라도 과학기술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계속 발전해 온 것이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그 발전이 정체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가까운 시기에 과학기술 문명의 붕괴가 찾아올 것 같지는 않다.
미래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과학기술의 부산물인 환경파괴와 인간 존엄성의 상실 등을 꼽는다. 그래서 이런 추세를 고발하는 듯한 작품들이 애니메이션 계에서도 많이 나오게 되었는데, 상당수의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이 이에 해당된다.
그런 작품 속의 세계는 대체로 과학이 고도로 발달했거나 그 후유증으로 퇴보해버린 상황이며, 사람이 살기 어려울 정도로 절망적인 지구로 그려지거나, 인간의 가치관이 흔들리고 존엄성이 상실되어 매우 기형적인 사회가 된 상황도 다수 등장한다.
과연 이렇게 우리의 미래가 절망적일까? 나는 그다지 과학만능을 주장하지도, 무조건 장밋빛 미래만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 점만은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이런 부정적인 미래를 보여주는 작품들이 다수 등장한다는 것은, 그것 자체로 이 사회가 부정적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만드는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을 비판하는 것은 이 사회가 부패했음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미래를 비관하는 것은 우리의 미래를 염려해주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해주기 때문이다.
만약 19세기처럼 우리가 우리의 능력을 맹신하고 장밋빛 미래를 절대적으로 확신했다면 오히려 더 암울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사회는 근미래에 파멸로 이끌려 가기에는 너무나도 이 사회를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이 안전핀 역할을 해주면, 나머지는 아직 기세가 꺾이지 않은 과학기술의 발달이 당면한 문제들을 어느 정도는 해결해 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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